News
인구 감소, 고령화, 신3고 겪는 제주농업농촌 미래 ‘벤처’에 달렸다
2022.11.08.
[국제 농기계 전동화·자율주행 엑스포] 벤처 농업기계 보급 활성화 포럼 열려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에 따른 농업농촌의 위기 상황에서 농기계 전동화를 통한 기술집약적 농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포럼이 열렸다.
농기계 전동화와 자율주행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하는 ‘제1회 국제 농기계 전동화·자율주행 엑스포’에서는 8일 오후 2시 30분 ‘벤처 농업기계 보급 활성화 포럼’이 개최됐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제주도농업기술원 공동주관이다.
이번 포럼은 농촌 인구 감소, 고령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신3고로 어려움을 겪는 제주지역 농업농촌 맞춤 농업기계의 개발 및 보급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기획됐다.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서귀포시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에서 열리는 엑스포의 한 세션이다.
# 농업 생산성 높이는 일 중요, 전동화–자율주행이 핵심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강덕일 소소6차산업연구소 대표는 ‘국내 농업기계 산업 현황 및 이슈’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 대표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인해 곡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산업구조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무기화된 식량 자급률을 언급,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농가경영비는 두 배가량 늘어난 반면, 조수입 대비 농가소득은 두 배 낮아졌다며 농사를 지어도 돈을 벌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농가가 처한 어려움을 짚었다.
결국 농가 어려움은 청년들의 농업 분야 진출을 머뭇거리게 하고 생산성은 점점 낮아져 식량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곡물 가격 변동성에 따른 국내 산업구조가 흔들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대표는 “어떻게 농기계를 개발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소득을 끌어낼 작물을 만들어낼 것인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결국 핵심은 농업 생산성이다. 국제적 수준보다 낮은 지금 상태를 끌어 올리느냐가 핵심 이슈며 4차산업 혁명과 결합한 농기계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말했다.
# 농기계 벤처기업 육성, 공공이 가교 역할 맡아야
두 번째 ‘벤처 농업기계 기업 육성 공공기관 역할’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영수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대구농식품벤처창업센터장은 벤처기업의 시장 진출과 성장을 위해 공공기관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농림어업조사 결과를 인용해 농업기계 시장에서의 벤처기업 필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농가는 1헥타르(ha) 미만 경작 비율이 약 73%며 겸업농가 비율도 약 41% 정도다. 논벼생산 농가 비율은 줄고 밭작물 생산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박 센터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대기업의 경우 트렉터와 콤바인 등 대형화된 장비를 판매하기 위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에 국내 시장은 다양한 제품을 가지고 틈새를 파고드는 벤처기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해 농업기술진흥원 등 공공기관이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 찾아가는 현장 검정 서비스를 진행하고 농업진흥청의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판로 개척의 어려움을 해소키 위해 시연회를 열어주는 등 이른바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실험 공간 없는 벤처기업 어려움, 판로 개척도 ‘높은 벽’
‘벤처 농업기계 기업 사례’를 주제로 발표한 조경식 에이지로보틱스 대표는 실제 농기계 벤처기업의 시장 현황과 어려움,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 대표는 농업 분야 벤처기업의 경우 타 분야보다 투자금 회수가 늦고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더군다나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 기간을 버티는 것도 힘들다고 피력했다.
그가 말한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농기계 실험 농가 확보와 판로 개척 문제였다. 에이지로보틱스의 경우 밭을 통째로 빌려 실험을 하고 있지만, 많은 벤처기업이 실험 대상 농가 확보를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또 인지도가 낮아 회사 이름을 알리는 데만 수년이 걸리는 데다 판로 개척이 어려운 농기계 분야 특성 때문에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했다.
조 대표는 “농기계 시연회 사업을 통해 전국 농가 분들을 만나볼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 장비가 필요하다는 농가를 발굴해 시범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등 행정의 도움이 있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벤처 농업기계 기업 사례’를 주제로 발표한 조경식 에이지로보틱스 대표.ⓒ제주의소리
# 농기계 적용 힘든 제주, 고난은 곧 기회
이어 이용범 경북대학교 융복합시스템공학과 초빙교수가 좌장을 맡아 앞선 세 명의 발표자와 김덕문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장이 참여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농업인 대표로 참석한 김덕문 회장은 돌이 많고 지하수 오염에 민감한 제주지역 농업농촌의 특성을 언급하며 제주도에 맞는 농기계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관련해 강덕일 대표는 “제주는 경지 정리가 안 된 곳이 많고 돌도 많다. 지하수 오염에 대한 이슈 아젠다가 상당히 강하다는 점도 있다”며 “즉 방해 요소가 많아 생산성을 높이기 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끌고갈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팜을 통한 수직형 작물 생산과 같이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농법 등 기술을 시범 적용해보는 것도 좋겠다”며 “전통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지 않고 제주도만의 사정을 고려한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제언했다.
이용범 초빙교수는 “제주도는 지하수 오염 기준, 돌, 돌담, 소규모 필지 등 고려할 부분이 많다. 기술적으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제주도에만 맞춘 기계를 만든다면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경제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병운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부원장은 “제주도의 조건들을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한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되물으며 “제약을 기회로 바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군사 기술을 접목하는 방법도 묘수가 될 것 같다”며 “험지 요건을 극복하는 군사용 로봇 기술을 농업에 결합한다면 기술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겠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09347